여객기 승무원은 명령어 절대 안 쓰고 희망 조건만 당부
의사도 환자에게 ‘I message’ 語法으로 준수의욕 북돋아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심리학 박사|사토 아야코

사람의 눈빛이나 말솜씨, 태도에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자타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떤 퍼포먼스를 갖춰야 할까. 의료현장의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가 Q&A 형식으로 해설한다.

Q. “담배를 끊는 편이 좋을까요?”라고 묻는 환자에게 “당연히 끊어야죠. 당신같은 꼴초는 앞으로 병에 걸리기 쉽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우리집 97세 할아버지도 78세 아버지도 모두 줄담배 애연가인데도 활기가 넘치신다”면서 강력한 반론을 당했다. 주치의가 일러주는 지시를 안 듣는 환자에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40대 대학병원 내과 K)

A. 이 환자는 만성적인 기침에 10년 이상 고통받아왔으며 가족과 형제 사이에 암을 앓았거나 사망한 사람이 많다는 점을 K의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끊어야 한다”고 답했던 것이다.

K의사로서는 금연해야 한다는 점은 의학적으로 명백한 과제이므로 설마 환자로부터 반발을 당할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막상 환자의 반응에 대해서는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 없었다고 실토한다.

의사는 모름지기 환자에 대해 그가 치료상 바람직스럽지 못한 생활습관을 지녔다면 이를 꼼꼼히 지적하고 실제로 중지시켜야 한다. 환자로부터 “○○를 끊는 편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확고한 근거가 있다면 “끊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로부터 어떤 나쁜 습관을 “○○해야 한다”는 충고를 받는다는 것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권장하는 것보다도 더 위압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골프장 라커룸(locker room) 등에서 “의사가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고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라면서 주치의에 대한 불평불만을 푸념처럼 표출하는 까닭도 환자가 의사 지시를 싫어한다는 한 가지 표시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의사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자면 어떤 퍼포먼스기법을 이용할 수 있을까. 이런 국면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이 ‘You message’에서 ‘I message’로 전환하는 수법이다. 이것은 필자가 주재하는 퍼포먼스학 세미나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수법이다.

‘I’ 메시지의 지시 방식이 열쇠
위에서 언급한 ‘You message’는 문자 그대로 “당신은 흡연하면 안된다”, “당신은 얼마 안가서 발암할지도 모른다”는 등 ‘당신(You)’을 주어로 삼고 대화하는 메시지 전달 스타일을 말한다.

“당신은 그렇게 해야 한다”, “당신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라는 표현방식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지시를 내릴 뿐 아니라 지시 받은 상대방이 당연히 이런 지시 내용을 준수해야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반면에 독자가 여객기에 탑승했을 때 일을 상기하기 바란다. 좁은 통로에 물건이 떨어져 있거나 넘친 슈트케이스가 열려 있는 등 간수가 잘 안된 좌석 옆을 지나면서 캐빈 어텐던트(스튜어디스)는 “그 물건을 치우세요”, “선반의 슈트케이스를 닫으세요”라는 등의 용어를 절대로 입 밖에 내뱉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튜어디스라는 기존의 용어가 남녀 성차별 요소를 지녔다고 해서 캐빈 어텐던트로 호칭이 바뀐 여객기 승무원들은 승객에게 어떻게 그녀들의 의사를 전달할까.

그녀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절대로 명령형이 아니라 자기가 손님이 해주기 바라는 희망사항을 문법상의 조건절(條件節: 만약 ○○였다면) 속에 묶어서 표현하면서 가령 이런 조건의 내용이 실천된다면 자기는 행복할 것 같다고 간접 요청을 말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I message’란 이 처럼 나(I)를 주어로 삼고 설득하는 화법이다.

조건절 실천을 부추기기 위해 그럴 경우 (나는)‘행복하다’, ‘구원 받는다’, ‘고맙다’, ‘좋아한다’, ‘한숨 돌린다’는 등의 긍정적인 말이 자주 사용된다. “조금만 비켜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슈트케이스를 닫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당부하는 화법이다.

실제로 통로의 물건을 치우거나 슈트케이스를 닫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승객(You: 당신)의 몫이다. 그러나 승무원은 직접적인 화법으로 “(당신이) ○○해야 한다”는 표현 대신에 “만약 ○○해주신다면 결과적으로 (I: 나)는 기쁘겠다”고 말을 한다. 이런 말을 듣게 된 승객은 “아 그렇다면 도와줘야지”라는 의욕이 솟아나 자발적으로 행동을 일으킨다.

환자의 주체성을 지킨다
병의원 진료실에서도 이런 방법을 응용해보자. “당신이 담배를 끊는다면 나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의사의 지시(소망)를 전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푼다면 “당신 기침의 원인이 담배 때문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담배는 끊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당신이)깨닫는다면 (나는)매우 기쁘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되풀이되지만 이 같은 표현에 있어서 조건절인 ‘만약에 ○○였다면’ 주어는 여기서 ‘당신(You: 환자)’이고 주절의 술어동사 ‘기쁘다, 바람직스럽다’의 주어는 ‘나(I: 의사)’라는 화법구조로 이루어진다. 이런 형식으로 지시를 전달하면 환자가 반발하기 어렵다. 의사가 ‘기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니까 환자에게 유익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의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환자로서는 “의사선생님이 ‘끊으면 좋겠다’고 까지 말해주시니까 아예 이참에 진심으로 끊어보자”고 자신의 주체성을 지켜가면서 의사 지시대로 따르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I message’의 효과이다.

환자뿐 아니라 진찰실 안팎의 스텝들에게 의사가 주문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때에도 ‘(나는)좋겠다’, ‘(나는)도움을 받겠다’, ‘(나는)고맙겠다’는 등 긍정적인 의미의 용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서 메시지 전달을 하도록 힘쓰자.

의사로부터 억지로 떠맡겨졌다는 강요당한 인상을 풍기지 않고 본심에서 힘껏 노력해 의사 지시를 준수해보자는 적극적인 의욕을 북돋아서 실천에 옮기게 될 것이다. 부디 이번호 강의의 화법을 마스터해서 ‘아이 메시지’구사의 달인이 되기 바란다.


[오늘의 강의 요약]
1. 의사로부터 ‘당신(You)은 ○○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으면 환자는 위압감을 느낀다.
2. ‘You message’를 ‘I message(아이 메시지)’로 전환시키자.
3. ‘당신(환자)이 ○○해주면 나(의사)는 기쁘겠다’고 전하면 상대가 의욕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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