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쇼 참가 못하는 아쉬움
비즈앤이슈(대표 정동명)가 주관한 ‘제11회 JAPAN DRUGSTORE SHOW 참가 및 일본 약국경영 연수단’ 27명이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 속에서도 연수일정을 계획대로 무사히 마치고 13일 오후 6시10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14일부터 각자의 현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11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던 드럭스토어 쇼가 지진으로 인해 12일 전면 중단됨에 따라 행사를 관람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약사회 임원 약국경영 활성화 연구
이번 일본 약국경영 연수에는 개국약사, 약사회 임원, 제약회사 관계자, 도매상, 체인약국업체, 의약품 수입판매업체 관계자 등이 고루 참석해 어느 때 보다도 일본 약국경영 연수 및 드럭스토어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서초구약사회와 구로구약사회는 회장 및 주요 임원이 함께 참석해 회원들의 약국경영 활성화 방안 연구 자료를 수집하는 등 새로운 노력들이 나타났다.

약국 제약 도매업체 등 고루 참석

이번 연수단에는 개국약사로서 서초구약사회 김종환 회장(건강과 행복이 열리는 약국)과 이광해 총무위원장(강남메디칼약국), 구로구약사회 권혁로 부회장(좋은약국)과 공영익 약국이사(소화약국)를 비롯하여 열린약국, 이병각 대표, 오창균 약사, 위드팜 회원약국 김화빈(일원역약국), 신혜민(부산 한빛약국) 약사 및 직원 강인화, 정희경 주임, 김해 조은약국의 차정용 대표약사를 비롯한 신민철, 김영재 약사, 대구 한빛약국 박미영 약사, 진해 용원소나무약국 안민정 약사 등이 참가했다. 또 제약회사에서는 국제약품 구용신 부장, 삼양사 박무현부장, 보령제약 정창훈 과장이 참석했으며, 의약품 도매상 지오영의 주경미 상무, 이종훈 이사, 김정훈 부장, 자동포장기 생산업체 (주)JVM의 정연식 팀장, 유현식 책임연구원, 김민규 계장, 그리고 의약품 수입판매업체 (주)SNJ Korea의 서정호 대표 등이 참가했다.

드럭스토어*조제전문*기준약국 고루 견학

연수단은 11일(목) 오전10시 아시아나항공 102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11시50분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으며, 오후에 드럭스토어형 기준약국인 마리약국(강동구 소재)과, 조제중심형 기준약국인 마쓰노(松野)(이타바시구 소재)약국을 방문했다. 마리약국에서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기타 의약외품, 생활잡화 등의 판매에 대한 설명과 조제실 등을 견학했다. 또 전 이타바시구 약제사회 회장 출신이 운영하는 마쓰노약국에서는 조제실 업무를 비롯하여 약 수첩 사용, 복약지도, 약력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12일에는 오전 10시 신주쿠에 위치한 드럭스토어체인약국 용생당(龍生堂)을 방문해 기시베 히로시 씨로부터 약 50분간 ‘의약품 등록판매자’ 제도를 비롯하여 최근 일본의 약국, 약사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한 후 약 1시간 동안 200여평 규모의 일반약 판매장과 드럭스토어 내에 설치된 조제실을 둘러봤다.

이어 1시 30분부터 강동구에 위치한 노조미약국을 방문했다. 도마토약국 등 19개의 조제전문 체인약국 중 하나인 노조미약국은 소아전문약국을 표방하는 약국으로 주변에 병원이나 의원이 한곳도 없지만 단골약국 시스템을 잘 운영하여 하루 80매정도의 처방전을 접수 하고 있다. 대표약사인 마쓰무라 씨와 관리약사의 안내로 조제실과 환자 대기석을 비롯하여 약국 내 설치된 화장실까지 모두 둘러봤으며 벽에 게시된 다양한 정보문구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갑자기 현기증 몸의 균형 잃고 휘청, 地震
2시 40분경 노조미약국 견학을 마치고 약국 문을 나서는 약사들이 갑자기 심한 현기증 증세를 일으키며 몸의 균형을 잃었다. 이것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을 감지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노조미약국 앞은 왕복 4차선의 복잡하지 않은 도로였으며 주변은 대부분 4,5층 건물이고 10층 규모의 건물이 약국 옆과 길 건너편에 1개가 있었다. 지진이 울리는 2~3분 동안 10층 건물은 금방이라도 폭삭하고 주저앉을 것 같이 좌우로 흔들렸지만 형태를 유지했다.

연수단이 타고 온 관광버스는 도로 위에서 쿵쾅쿵쾅 뛰듯 흔들렸다. 약국에서 먼저 나와 차에 타고 있던 약사들은 급히 차에서 내렸고 약국 안에 남아있던 약사들도 밖으로 나와 발을 벌리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건물과 전신주, 가로수 등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잊었다.

3분여 동안 계속된 지진이 멈추자 연수단을 정신을 차려 노조미약국 약사들과 송별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지진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태연한 모습으로 우리 일행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줬다.

도로에 뛰어 나온 시민들 급격한 차량 정체

연수단은 오후 5시30분에 일본 조제전문약국 랭킹 2위인 니혼쵸자이(日本調劑)미타점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연수단을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을 긴자에 있는 일본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 마츠모토기요시를 견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버스가 대로로 나가자 지진의 여파를 실감하게 했다. 거리는 대형빌딩에서 뛰쳐나온 직장인들로 가득 메웠고 빌딩 숲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공터나 공원에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어느새 낙하물질을 방지하기 위해 헬멧을 쓴 사람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버스가 긴자 거리로 들어서자 교통을 심하게 막히기 시작했고 버스안의 불안감도 감돌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하는 지진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커져갔다. 버스에서 내려 공원 같은 곳에서 대피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마침 긴자 옆에 있는 거리공원에 차를 세우고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길을 가던 시민과 직장인 들이 대거 몰려나와 있었으며 어떤 여성은 담요와 깔판을 들고 와 장시간 체제 준비를 하고 있기도 했다.

위험 무릅쓰고 2시간 늦게 日本調劑 방문

5시30분으로 약속된 日本調劑 방문을 위해 5시에 다시 관광버스를 탔으나 20분 거리를 2시간이 걸려 7시40분에야 도착했다. 약속시간을 너무 늦어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들 역시 우리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본사에서 오기로 했던 직원이 아직도 도착을 못했다며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200평 규모의 대형약국에는 환자들은 없었지만 직원들은 아직 퇴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제과장인 사토미 씨가 임시로 설명을 맡아 약국 현황에 대해 간단히 들려 줬다. 조제실과 일반약 판매코너 및 환자 안내 게시물 등을 들러보고 20분 만에 서둘러 약국을 나왔다. 어렸게 섭외한 일본 최대의 조제전문약국을 이런 식으로 견학하는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움직이지 않는 버스 걸어서 호텔까지
다시 버스를 탔을 때는 도로의 모든 차량이 정체상태에 있었다. 대부분의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어 차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호텔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 그러나 버스를 타고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갈 길은 까마득했다. 배도 고파 오고 화장실이 급한 사람도 많았다.

운전기사와 상의하니 현 지점에서 호텔까지는 걸어서 30~40분 걸리지만 차를 타고 가면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고 했다. 결국 대부분 걸어서 호텔로 가기로 했지만 몸이 불편한 5명은 차에 남기로 했다.

일본어가 가능한 가이드와 이병각 약사가 반씩 나눠 한팀씩 인솔하기로 하고, 필자가 나머지 5명과 함께 계속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30분 정도 버스에 앉아 있어도 차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남은 팀에서도 내려서 걸어가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 팀은 내리자마자 식당을 찾아 배고픔을 해결하고 몇 번을 묻고 물어 호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호텔 로비에서 노숙하는 거리의 시민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깜작 놀랐다. 로비 바닥에 많은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앞에는 ‘당 호텔은 오늘 만실이므로 더 이상 고객여러분을 모실 수 없습니다’ 라는 팻말이 서 있고, 엘리베이터 앞에도 ‘정전으로 인해 가동을 정지한다’ 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또 식당으로 가는 길에는 ‘정전으로 음식물의 부패 가능성이 있어 음식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프론트에 사정을 들어보니 갑자기 숙박을 원하는 고객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텔 직원들은 우리들의 룸 번호를 확인한 후 직원전용 비상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방으로 직접 안내 해줬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내려와 보니 로비에서 노숙을 하는 시민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있거나 벽에 기대어 있었으며 바닥 어디에도 어질러진 곳이 없이 깨끗했다.

드럭스토어쇼 중단, 관람 못하는 기록 남겨
본 연수단은 13일(토) 드럭스토어 쇼를 관람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으나 전날의 지진으로 인해 박람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아침 일찍부터 드럭스토어쇼 주최 사무국과 연결을 시도했으나 9시가 넘어서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현재 대책회의 중이며 오전 10시에 개최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황거(皇居)을 관광했다. 10시에 다시 전화를 하자 “이번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줬다. 비즈앤이슈 약국경영 연수단은 약국 방문 일정 때문에 매년 토요일 박람회에 참가하고 저녁에 아타미(熱海) 온천에서 휴식을 취한 후 귀국하는 일정을 택해왔으나 올해는 드럭스토어쇼를 참가하지 못하는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일본약국 세미나, 토론회 통해 새로운 다짐
연수단은 현지의 여러 가지 불확실한 상황들이 산재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의견을 조정하여 당초 계획대로 하코네(箱根), 아타미(熱海) 지역으로 향했다. 약 2시간 정도 관광을 하고 온천으로 들어가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모두 날려버렸다.

저녁에는 ‘일본 약국의 업무 프로세스와 고객 서비스 사례연구’를 주제로 강의를 한 후 약 1시간 동안 이번 연수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와 연수회를 통해 얻은 결과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 비즈앤이슈와 함께 매년 참가하고 있는 열린약국의 이병각 대표약사와 오창균 약사는 “일본에 와서 보니 참 좋은 것이 많더라 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런 소득이 없다. 보고 배운 것을 약국 업무에 접목시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며, 5년 전 방문 후 ‘약수첩’을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배포하고 있음을 실례로 소개했다. 또 모든 약사들이 이번 일본 약국 연수를 통해 더욱 발전된 약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약국경영 발전 기회*영원히 기억에 남을 4일
연수단은 13일 교통사정 등을 감안해 아침 일찍 나리타 공항으로 출발해 오전 중 공항에서 10분 거리인 나리타市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유명 편의점 중의 하나인 이온(AEON)에 개설되어 있는 일본 최대의 드럭스토어 마쓰모토기요시를 둘러보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나리타공항을 다른 때보다 3배정도 복잡한 상태였으며, 출국 수속을 위해 소지품 검사를 받는데 30분 정도 줄을 서야 하는 형편이었다.

이번 일본 약국경영 연수단은 비록 드럭스토어쇼는 참가하지 못했으나 3박4일 동안 조제전문약국 2곳, 드럭스토어약국 2곳, 기준약국 2곳(드럭스토어형, 조제전문형 각 1곳) 등을 방문하여 일본 약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이것을 어떻게 우리 약국에 접목하여 약국경영 향상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인생에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는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지진을 일본 현지에서 직접 체험하며 공포와 긴장 속에 보냈던 4일간의 시간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통신 두절로 연락 못해 죄송, 韓日 보도자세 큰 차이
지진이 나고 20여분이 지난 후부터 일체의 전화가 불통되기 시작했다. 일부 통신시설의 문제와 함께 많은 전화가 동시에 몰리면서 불통된 것이다. 처음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마져도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걱정하는 가족들이나 회사 또는 약사회 관계자에게 안전하다는 소식을 제때 전하지 못해 불안을 가중시키는 오해는 낳기도 했다.

국제전화는 12일 오전부터 일부 가능해졌으며, 오후에 완전 개통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족들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해주는 일본 소식에 연수단이 더욱 불안해하기도 하고 때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재기를 한다는데, 밥을 굶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진이 계속된다고 하는데 어디 잘 대피해 계시는지요? 방사능은 다 털어내고 돌아오세요.” 등은 걱정과 위로의 소식이었지만 “당장 비행기 타고 돌아와라. 하꼬네는 바닷가니 절대 가지마라.” 등등 연수단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일도 많았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 언론과 한국 언론의 보도 자세 차이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일본 텔레비전은 즉각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24시간 쓰나미 속보를 전했지만 한국 텔레비전과 같이 자극적인 장면이나 부풀린 언어들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아나운서나 현장기자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지진의 발생과 피해 복구대책 등을 조리 있게 보도하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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