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11월말 현재, 임상시험이 최종 단계인 제3상에 있는 것은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인도 등 5개국 11종류다. 이 중 4종류가 미국이다. 이처럼 미국이 백신 개발에 앞서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풍토와 정부의 과감한 투자 및 지원을 꼽았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화이자는 2020년 3월, 독일 벤처기업인 바이오엔테크와 신종 코로나 백신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바이오엔테크의 ‘mRNA 백신’ 기술에 자사의 개발·제품화 능력을 조합해 248일만에 긴급사용 허가 신청을 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백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워프 스피드 작전’에 1조엔(한화 약 10조 5700억원)을 넘게 투입했다. 하지만 미국 미디어에 따르면, 화이자는 정치적 영향력을 피하기 위해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자기 자본을 20억 달러(한화 약 2조 2044억원) 투자했다. 한편, 개발이 성공하면 1억회분을 19억 5000만 달러(한화 2조 1446억 1000만원)로 제공하는 계약을 미국 정부와 체결했다. 이와 같은 공급처 확보는 개발에 전념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2003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했을 때에는 미국 내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나서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까지 20개월을 필요로 했지만, 이번에는 겨우 61일이었다.

 

이 협회의 조반니 카포리오 회장은 2020년 10월에 했던 웹 기자회견에서 “20년 이상 업계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를 해명하고 백신을 만드는 기술이 세련·고도화되고, 개발기간이 극적으로 단축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제약 대기업의 평균 연구개발비가 1년에 65억 달러(한화 약 7조 1493억원, 2016년)인데 반해 일본의 제약 대기업은 평균 1490억엔(한화 약 1조 5722억원, 2018년)이다. 기초체력의 차이뿐 아니라,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 자세도 미국의 특징이라고 여겨진다.

 

벤처기업의 저변 차이도 있다. 미국 모더나는 워프 스피드 작전에서 미국 보건복지성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999억원)에 가까운 자금 지원을 받아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일약 세계 최첨단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은 2001년의 탄저균 우편 테러 사건 후, 국가안전보장정책의 기둥으로 ‘바이오 디펜스 전략’을 입안한 바 있다. BARDA는 평소부터 바이오 테러와 신흥 감염증에 대비하기 위해 벤처기업에 의한 백신 개발을 지원해 왔다.

 

미국의 전략을 잘 아는 국립보건의료과학원 건강위기관리연구부의 사이토 토모야(斎藤智也) 부장은 “정부가 기초연구를 자금 지원으로 후원하고, 최종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민간 부분이 활성화된다. 일본도 스스로의 기술력을 길러두지 않으면 외국이 만든 것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日, 도전에 대한 지원 적어

일본 정부는 화이자를 포함한 미국과 영국의 3개 기업으로부터 총 2억 9000만회분을 6714억엔(한화 약 7조 846억원)에 확보할 방침이다. 이처럼 당분간은 ‘해외 의존’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오사카대학 출신 벤처기업 ‘안제스’와 시오노기제약이 앞서가고 있다. 시오노기가 개발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2020년 3월에 완전 자회사화한 UMN파머의 기술이 그 기반이다.


UMN은 2014년, 당시 제휴처였던 제약기업과 이 제법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해 승인 신청했지만,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본 제제의 임상적 의의는 매우 적다”고 지적 받아 실용화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2013년에 같은 기술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이 승인을 받은 바 있어 PMDA의 판단은 업계 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과거 예방접종은 ‘의무’였으나, 부작용이 사회문제가 됐다. 1994년의 예방접종법 개정에서 ‘노력의무’로 완화되자 수요가 급감해 제약 대기업은 백신 사업에서 철수했다. 후생노동성은 2007년에 강화책을 발표했다. 2016년에는 후생노동성의 태스크포스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지만, 다케다 토시히코(武田俊彦) 전 후생노동성 의정국장은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후생노동성의 예산은 의료비의 압박 때문에 백신 시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없었다. 메이커의 재편·통합도 늦어져 “세계의 조류에 뒤처졌다”고 한다.


일본 국내에서 유통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지금도 계란 배양에 의한 전통적인 ‘불활화 백신’뿐이다. UMN의 좌절 경위를 알고 있는 전 후생노동성 간부는 “(예방접종을 소관하는) 건강국은 기존의 예산 내에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종래의 기술로도 인플루엔자 백신을 필요량 확보하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약사 당국은 ‘계란보다 신속하게 만드는 수단이 있으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미국 승인 시점(2013년)에는 알지 못했던 문제점이 밝혀짐에 따라 승인할 수 없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신기술에 대한 도전을 후원하는 기운은 부족했다.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증에 일본은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시오노기제약의 테시로기 이사오(手代木功) 사장은 “문제는 평소의 대응이다. 이번에 7000억엔(한화 약 7조 4141억원) 가까운 국비가 외국 백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게 된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대응의 진두 지취를 한 후생노동성의 스즈키 야스히로(鈴木康裕) 전 의무기감(医務技監)은 “‘이 때만 잘 넘기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제약기업의 리스크 감수 노력을 평가하고, 해외 시장 확대를 후원하는 등 종합적인 백신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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