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백신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정부시책인 국민의료비를 억제하는 재평가 작업이 추진되면서 자궁경부암 예방치료 등 신규분야에 대한 백신접종이 공비부담으로 지원되는 등 시장을 견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구미보다 백신 보급이 뒤떨어졌던 일본 시장을 개척하려는 외자사와 대형제약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미국 화이자 등 촉각
화이자 등 미국 제약회사들로 구성된 업계 단체가 최근 일본 정부청사가 모여 있는 관청가에 바쁘게 들락거리고 있다. ‘일본의 어린이용 예방접종 현황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수준과 변함이 없다’ ‘유행성 이하선염은 구미 각국에서 근절됐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환자가 있다.’ 이런 로비활동이 열매를 맺으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후생노동성 회의실에서 방청객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심의회에서 정기접종백신 품목 외 확대 문제가 뜨겁게 논의됐다. 위원 측에서는 ‘어린이 건강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라는 의견이 속출됐다. 자궁경부암과 소아수막염, 소아폐렴구균감염증을 예방하는 백신 3종류는 일본의 많은 자치체가 공비부담으로 삼는 정기접종의 대상으로 추가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1940년대에 시작된 일본의 백신 정기접종은 90년대에 인플루엔자백신의 부작용이 사회문제화 됨으로써 고비를 맞았다.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은 94년도에 인플루엔자백신의 자사 생산을 중지했다.
2002년도에는 산쿄(다이이찌 산쿄)가 백신사업에서 일시 철수했다. 일본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것은 거의 소규모 재단법인들뿐이며 병원용 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백신 규모는 2% 수준에 그친다. 바로 이 같은 현황에 외자기업들이 주목했다.

시장점유율 2%에 주목
자궁경부암 바이러스(HPV)에 의한 발증을 예방하는 백신 생산업체인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다이이찌 산쿄(第一三共)와 합작회사 ‘저팬백신’을 설립.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저팬백신의 이시키리야마 도시히로 회장(GSK 일본법인 전 상무)은 “HPV부터 인플루엔자까지 필요한 백신은 모두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한다.
다이이찌산쿄와 GSK 일본 법인의 백신분야 의약정보담당자(MR) 수는 종래 50명 미만. 이것을 7월의 영업 개시와 함께 120명으로 2배 넘게 급증시켰다. 그리고 대상포진 등 일본에 없는 백신의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프랑스의 대메이커 사노피의 일본 법인도 “오는 2016년까지는 불활화(不活化)폴리오와 장티푸스 등 4종류의 백신을 발매한다”(제즈 모르딩 사장)는 계획이며 백신 매출을 매년 10%씩 증진한다. 스위스계의 노바티스파마는 수막염 등을 예방하는 백신의 일본 도입 계획을 검토 중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의 HPV와 소아수막염, 소아폐렴구균 등에 대한 백신의 이른바 ‘신규 3품목’ 매출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처음으로 능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신규품목분야 백신에 강한 외자기업들의 무게가 더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의료재정난이 뒤에서 밀어주는 백신산업은 질병의 발증 전에 백신으로 예방하는 편이 의료비 억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종전에는 신중한 자세였던 국가나 의료기관들이 대폭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수진자들의 예방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일본의 백신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제약회사들의 경쟁은 더욱 과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세의 반격 태세
일본 제약업계의 톱메이커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의 주력 생산거점인 히카리공장(光工場: 야마구치縣 히카리市)에서는 지금 은빛으로 빛나는 6000리터 탱크의 가동 준비가 한창이다. 가까운 장래에 유행이 우려되는 신형 인플루엔자를 막는 예방백신의 배양탱크다. 6월 중에 첫 탱크가 완공된데 이어 내년 10월에는 모두 5대가 가동태세를 갖춘다.
종래 재단법인 등이 일본 내에 갖춘 인플루엔자백신 공장에서는 부화 중인 계란 속에서 바이러스를 번식시켜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건을 충족하는 계란의 물량 확보가 어렵고 단기간에 대량 백신 생산을 하기가 힘들었다.
히카리공장의 배양탱크는 동물세포를 인공 배양하는 기술을 도입했으며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2013년도에 신형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태세 갖추기를 노력한다. 세포 배양에 따른 생산기술은 일본 기업이 국내 백신시장에서 반전 공세를 펼치기 위한 승부수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의 의약정보담당자(MR)들이 일본뇌염백신을 의사에게 권유할 때 “기존 백신보다도 미지의 감염증 등의 리스크를 적게 억제할 수 있다”고 다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백신은 구마모토시(熊本市)의 연구소(化血硏)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돼 제휴관계인 아스텔라스제약이 지난해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것. 기존의 일본뇌염백신은 마우스의 뇌 속에서 바이러스를 증식시켜 제조했었다. 그 안전성은 이미 확인됐지만 인공배양하면 세포배양쪽과 품질이 더 안정적이다. 감염증리스크도 낮게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의료현장에서 백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강해졌다. 전국의 소아과 전문의와 산과의사 등 약 700명이 올 4월에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법인) ‘VPD를 이해하고, 어린이를 지키는 모임’을 설립했다. VPD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란 영어의 두문자를 딴 것. 정부에 정기접종 백신을 증산토록 촉구해서 ‘일본에서는 누구라도 백신접종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조직의 목표이다. 한때 부작용 우려 때문에 백신이 외면당했던 1990년대와는 사태가 정반대로 바뀐 것.
백신 연구개발에서도 일본세가 추격 중이다. 오츠카제약 등이 벤처기업과 협력해서 면역기능을 살려 암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연구기관에서는 화분증 예방요법도 모색 중이다. 이런 백신요법이 실용화되면 일본에서의 백신 보급이 새로운 비약단계를 맞게 될 것이다.


신흥국 시장에 정조준
해외시장 전개도 시야에 들어왔다. 다케다는 올 4월에 스위스계 노바터스제약에서 글로벌백신 개발 사업을 지휘했던 랄프 크레멤스를 발탁했다. 그는 대기업 몇 곳에서 20종류 이상의 제품 발매에 관여했던 인물로 미국 시카고에 머물면서 일본기업 다케다의 세계시장 전개 지시를 내린다.
하세가와 사장은 다케다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시장에 백신을 투입해 감염증 등 예방에 기여하는 사업’ 전략을 언급한다.
한편 아스텔라스제약에 따르면 세계의 백신시장(2010년도집계)은 280억 달러 규모. 의료용의약품(693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소규모이지만 2015년도까지의 평균 신장률이 연간 10.9%, 의료비 절감에 힘쓰는 각국 정부가 예방 의료의 시각에서 백신사업에 적극 자금을 투입하는 지원까지 감안하면 결코 간과될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많은 일본의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성장을 경영전략으로 내건다. 이런 전략 실현에 빠트릴 수 없는 유력한 기둥이 바로 미래의 백신사업 진출 자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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