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택트의 3요소-응시 길이, 강도, 방향성으로 결정
환자 얼굴 逆三角形 ‘안전지대’를 대화시간 53%만 본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심리학박사 | 사토 아야코

사람의 눈빛이나 말솜씨, 태도에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자타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떤 퍼포먼스를 갖춰야 할까. 의료현장의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가 Q&A 형식으로 해설한다.

Q. ‘선생님의 눈초리는 무섭다’고 환자나 간호사가 자주 말한다. 친구나 가족에게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상한 느낌이다. 진찰 중에 어찌 눈초리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인데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40대 안과근무의 F)

A.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과 얼굴을 지켜보는 것을 시선접촉(Eye Contact)라고 부른다. 아이콘택트는 의사에게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테마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전해야 할 정보가 많을수록 진지하고 긴장된 마음을 품기 마련이다.

반면에 환자는 질병을 안고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이다. 다시 말해 양자의 입장과 감정이 크게 다른 처지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서로 지켜보는 자리이니만큼 주의를 요하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F의사가 가령 평소 표정대로 대해도 환자로부터 ‘눈매가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의사는 진료실에서 다음 환자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의 진료차트를 대충 읽어 본다. 그 직후에 환자가 입실하면 의사는 자리에 앉은 자세로 서있는 환자의 얼굴을 약간 밑에서 추켜올려보는 형태로 바뀐다.

이 때 의사의 시선이 너무 강하면 마치 ‘흘겨보는’듯한 표정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흘겨본다’는 말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시선을 흘긋 보낸다는 뜻뿐 아니라 상대를 위압하듯 노려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의사에게서 밑으로부터 흘겨보는 따가운 시선을 마주치면 환자는 ‘무서운 선생님이다’라고 느끼게 마련이다. 심약한 환자라면 그 순간 마음이 위축돼 의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조차 제대로 말 못하는 반벙어리가 돼버린다.

아이콘택트에 관해서는 퍼포먼스학을 전공하는 필자 자신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7년 전쯤 일신상 커다란 사건이 발생해서 극도로 마음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상태에서 도쿄도 내 모 멘탈클리닉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초진 때 의사로부터 다짜고짜 훑어보는 눈초리로 직시(直視)당한 것이다. 그 후 의사의 말이 매우 엄격한 내용이기도 해서 내 심정은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이콘택트가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는 뼈저린 교훈이었다.

아이콘택트의 3대 요소
여기서 내가 실시한 아이콘택트에 관한 실험 결과를 전하고자 한다. 이것은 내가 긴 세월 동안 지속해 온 세계에서도 귀중한 데이터이기도 하다. 아이콘택트에는 ①시간(길이) ②강도 ③방향성 등 3가지 요소가 있다.

다음은 아이콘택트의 시간에 관한 실험 내용이다.(이 부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사토 아야코 저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퍼포먼스학 입문’ 講談社 현대신서, p.59 참조)

우선 학생 2명의 단순한 대화 장면을 설정하고 마주 앉아서 대담토록 했다. 짝을 짓는 것은 성별(性別)이 아니라 상대방을 응시하는 시간이 길었던 남학생 상위 5명과 여학생 상위 5명을 추출한 다음 EPPS 심리테스트라는 성격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응시하는 시간이 길었던 남학생은 현시욕구(顯示慾求) 및 양호욕구(養護慾求)가 강한 것이 판명됐다. 반면에 상대방을 위압하고 싶다는 지배욕구(支配慾求)의 강도는 아이콘택트의 시간 길이와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배욕구(상대방: 환자로 볼 때의 위압감)는 무엇과 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아이콘택트의 강도이다. 얼굴 표정근육의 하나인 상안검거근(上眼瞼擧筋)은 방치하면 밑으로 처진다. 그러나 상대방을 노려보려고 할 때는 상안검거근에 힘이 쏠리면서 활짝 윗 눈꺼풀이 치켜 올라가고 부릅뜨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상대방 눈동자의 중심을 계속 응시한다는 방향성 문제가 있다. 길이와 강도, 그리고 방향성 등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환자는 의사의 눈빛 앞에 정말로 겁먹게 된다.

실상 많은 환자가 내심 불안 속에 진료를 받으러 온다. 환자와의 아이콘택트는 강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약하지도 않게 유지하고,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않게 조절하고 시선의 방향도 상대방의 눈동자 중심보다는 조금 밑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것이 환자로 하여금 안심감과 친근감을 품도록 하는 요령이다.

역삼각형 ‘안전지대’를 응시한다
시선의 방향성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가 아이카메라(eye-camera: 시선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안구운동기록장치)를 장착해서 얻은 실험 데이터가 있다. 양자가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동자 중심을 응시하지 않아도 두 눈과 콧등의 중간점 등 3곳을 연결하는 역삼각형 내에 시선이 머문다면 응시당하는 쪽은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시는구나, 관심을 갖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환자가 품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사는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환자의 두 눈을 강하게 쏘아보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얼굴 한복판에 있는 삼각형 안전지대를 상안검거근(윗눈꺼풀 힘줄)의 힘을 조금 풀고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부드러운 눈초리로 슬쩍 바라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회화 장면에서의 아이콘택트 길이는 1분당 32초, 전체 회화 시간의 53%를 차지하도록 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즉, 의사는 진료차트에 기입하는 시간을 제외한 환자와의 대화 시간 중 절반을 조금 넘는 시간만큼은 부드럽고 애정이 담긴 눈초리로 환자를 지켜봐주면 합격이라는 결론이다.

이처럼 환자에게 겁주지 않는 아이콘택트(시선접촉)를 갖는다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좋아지고 대화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찰시간이 단축되고 의사의 스트레스도 크게 경감될 것이다.

[오늘의 강의 요약]
1. 환자와의 아이콘택트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 아이콘택트는 ①길이(시간) ②강도 ③방향성의 3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3. 두 눈과 콧등의 중간점을 잇는 역삼각형의 안쪽을 적절한 시간 길이만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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