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겉모습과 열성적인 신체동작이 호감 상승 역할
몸은 자기표현 매개체, 진심 담긴 움직임으로 意思 전달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겸 심리학 박사 사토 아야코 

Q.
도심지역에서 자유진료(비보험진료. 이 경우 의료담당자가 자유진료로 얻는 수입은 조세특별법에 의한 경비 공제를 인정받지 못한다) 방식의 레이디스 클리닉(Lady's Clinic)을 개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환자가 감소추세이다. 같은 업종의 개원의 K의사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팬클럽을 조직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직원들도 모두 밝은 성품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진료 내용은 나와 별 차이가 없을텐데 어째서 이런 격차가 생겼을까? (50대, 부인과 개원의)

A. 질문을 보내온 M 의사는 내가 주재하는 ‘의사를 위한 퍼포먼스학 세미나’의 참가자이기도 하다. 환자들의 가치관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K의사는 팬클럽까지 갖고 있으니 M 의사로서는 부러울 뿐 아니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포먼스학의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해답은 간단하다.

나는 우선 M 의사의 진료현장을 환자 얼굴은 찍지 않는다는 조건아래 촬영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았다. 비디오를 체크해보니 M의사의 말솜씨가 정중하면서도 똑떨어지는 어조로 능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가 호르몬 보충요법을 여러 해 계속한데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을 때 M의사는 ‘똑같은 한방약이나 호르몬 약을 10년간 복용해도 동양인 여성이 미국 여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암을 유발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환자의 표정에는 납득했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말은 또렷하나 애정이 결여’되면 NG
비디오 화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M 의사는 시종알관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담담하게 입을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내용이 아무리 정확해도 환자가 받아들이는 인상은 ‘말솜씨 명료, 애정 결여’ 였다.

처음부터 자유진료(비보험진료)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자신은 존중받고 싶은 ‘자존 욕구’가 강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의사는 성실하게 환자에게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는 신념의 소유자들이다. 이점이 충족된다면 보험진료에 비해 자기부담이 고액이라도 즐겁게 지불하는 타입의 사람들이다.

M 의사가 라이벌로 지목한 K의사는 나도 잘 알고 있다. K의사는 환자의 말을 들을 때는 몸자세를 바로 잡고 앞쪽으로 다가앉으면서 진지하게 귀 기울인다. 질문에 답할 때도 두 손으로 “이 정도의 경우는” 하면서 종양의 크기를 표시한다.

또는 한쪽 손을 치켜 올리면서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중요한 점이죠!”라고 강조하며 반드시 힘찬 말엔 동작이 뒤따른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환자가 나갈 때는 자기도 의자에서 일어나 따뜻한 목례로 배웅한다.

이 같은 ‘대접’ ‘설득’ ‘배웅’을 거치는 진료의 각 단계에서 K 의사의 정성어린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은 신체동작은 환자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환자는 의사의 그런 몸짓을 보고 안도하며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진료실을 나선다.

K 의사처럼 환자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의사라면 진료도 원활히 할 수가 있고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혜택으로 보답 받게 될 것이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의사는 오직 바쁘게 일만 하면서 신경을 마모하는데 그치게 된다. 의사간의 격차는 이렇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와 제스처의 관계
여기서 이제 결정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겠다. 이것은 필자가 미일(美日)합동연구에서 얻은 퍼포먼스 심리학의 데이터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각 500명씩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이 수업시간에 느끼는 호감적 이미지와 그 교사의 신체적 동작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이 자료에서 교사에게 갖는 호감적 이미지란 ①좋다 ②재미있다 ③친근감을 느낀다 ④쾌활하다 ⑤성실하다 ⑥사려 깊다 ⑦친절 ⑧존경심이 생긴다 ⑨공정하다 ⑩따뜻하다는 10개 항목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리고 교사의 신체동작은 ①서있는 자세가 좋다 ②발랄한 동작 ③필요할 때는 학생 쪽으로 몸을 내밀면서 말한다 ④터치 동작(학생의 어깨를 두드린다. 악수한다 등)을 한다 등 4개 항목을 정했다.

교사에 대한 호감적 이미지 10항목의 득점 평균치와 그 교사의 신체동작(제스처) 4개 항목에 대한 득점 평균치를 택해 검토한 결과 피어슨의 상관계수가 0.40으로 나타나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직 없지만 환자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어떤 불안감을 갖고 진료를 받는 것이므로 의사의 신체동작에 대한 감수성은 한층 더 높을 것이다. 따라서 상관관계도 더욱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몸을 앞으로 내밀고 두 팔까지 움직이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느냐, 아니면 얌전히 의자에 앉은 채 담담히 진찰 내용만을 설명하느냐. 의사가 위의 어느 쪽 패턴을 택하느냐에 따라서 환자들의 의사 호감도는 크게 달라진다.

정치가 연설 제스처도 참고
지금까지 퍼포먼스학의 전문가 입장에서 필자가 분석한 일본 정치가 중에는 고이즈미 전총리가 연설 때 팔을 매우 잘 움직이는 등 제스처가 훌륭했다. 그의 파워풀한 신체동작을 보고 국민은 그의 시정연설에 대한 납득력을 높였다고 한다.

정치가도 의사도 결국은 사람끼리의 의사소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도 신체는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라는 의식을 갖고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오늘 강의의 요약] (Today's Summary)

1. 환자는 의사의 말뿐 아니라 겉모습에도 반응한다.
2. 말에 더해서 신체동작도 의사의 진료능력 중의 하나.
3. 짧은 진료시간 중에서도 성의가 전달될 수 있는 제스처에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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