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관리로 진료 효율성 향상, 미소가 신뢰도 3배 올려
1분에 32초 이상 아이콘택트--매일 거울보고 웃는 연습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겸 심리학 박사 사토 아야코

사람의 눈빛이나 말솜씨, 태도에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떤 퍼포먼스를 갖춰야 할까. 의료현장의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가 Q&A 형식으로 해설한다.

Q. 50대 남성 환자에게 심장 바이패스 수술(bypass grafting)을 상세히 설명하여 충분히  납득했을 텐데도 며칠 후 ‘타 병원의 T선생님에게 수술 받기로 결정했다’는 뜻밖의 통고를 받았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환자는 “K선생님 표정이 늘 근엄하고 딱딱해서 왠지 무섭다. T선생님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설명해줘서 안심이 된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수술은 의사의 기량이 중요하지 의사가 부리는 애교와는 무관하다고 믿는데 어찌된 일일까. (30대 심장외과 근무의)

A. 대학병원 심장외과에 근무하는 K의사가 멋쩍은 표정으로 상담 차 찾아왔다. 당연히 외과수술은 처음부터 끝가지 기술이다. 그런데도 웃는 표정에 트집이 잡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K의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은 좀 다르다. 질병을 앓고 있는 입장에서 제 몸속에 어떤 불안한 구석이 있으면 있을수록 의사의 사소한 말솜씨나 표정 때문에 힘을 얻거나 반대로 불안 속을 헤매게 된다.

의사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환자에게 “이 선생님에게 맡겨야 되겠다”라는 최종 결단을 내리게 되는 케이스도 비일비재하다.

의사의 사소한 언행과 표정에 반응하는 환자
여기서 말썽이 된 K의사의 스마일 문제에 관해서 잠시 생각해 보자. 나의 대학 연구실에서 1989년부터 계속해서 수집 보관해 온 2000명에 달하는 사람 표정 데이터로 미루어 사람의 웃는 얼굴은 1.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준다  2. 친밀감을 전달한다 3. 상대방에게 의욕을 북돋워준다는 3가지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이 공인된 효과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는 환자는 누구나 무엇인가 크고 작은 신체적 트러블을 안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 비하면 불안감이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함부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거나 잘 치유하기 힘들지도 모른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에 대해 환자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표정에 사소한 변화도 과민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진찰 중에도 여러 가지 잡다한 작업에 쫓겨서 핵심적인 환자 얼굴을 지긋이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 비록 환자에게 미소 지을 수는 없지만 진료 사이사이에 눈을 마주치는 아이콘택트를 할 여유는 있을 것 같다.

일상 대화중에도 아이콘택트를 1분에 32초 이상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진료 중인 의사의 경우 그렇게 까지는 어렵다 해도 중요한 이야기를 한 뒤에는 환자가 납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불안감이 강한 환자라면 그 불안감이 완화됐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라도 아이콘택트 절차는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찰의 종반과정에 환자에게 설명해준 요점을 총괄 해준 뒤 반드시 격려의 말을 건네주는 일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 의사의 스마일이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런 미소가 신뢰도 상승
어느 정도 기초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1분간의 대화 중 34초간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가 심각한 수술 문제를 설명하는 경우에도 싱글벙글 한다면야 환자는 오히려 “내 목숨이 걸린 병을 가볍게 여기는구나”하고 오해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역효과이다.

스마일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연구팀이 도쿄도의 모 대학병원 협력아래 수술 전 설명 장면들을 비디오 촬영했다. 이 VTR 화면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의사가 진료 시에 가볍게 미소 짓거나 또는 전혀 미소 짓지 않는 표정으로 임하는 것 가운데 어느 편이 바람직한가를 앙케트 조사한 결과 자연스런 가벼운 스마일 쪽을 3배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했다.

무거운 증상이나 큰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경우에는 특히 의사가 진찰하는 틈틈이 환자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가벼운 미소를 보내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환자는 안심을 하고 의사를 신뢰하며 의사 설명을 납득한다.

실제로 의사가 무뚝뚝하고 위압적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현장에서는 일단 납득한 것처럼 보였던 환자가 나중에 불안해져서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다시 되풀이 설명 받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필자와 가까운 의사 친구 중에서도 함께 일하는 간호사로부터 “선생님이 조금만 자주 미소 짓는 얼굴로 설명하셔도 우리들의 일거리가 크게 줍니다”라는 당부를 받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떤 친구는 “그 의사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쏴본대서야 병든 내 몸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면서 주치의의 표정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표정관리하면 마음도 즐거워져
육체적 고통과 마음의 불안 때문에 이중고를 치르는 환자에게 "더 이상의 아픔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의사도 스스로 거울 앞에서 스마일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표정 근육은 평상시에 잘 움직여주지 않으면 굳어버리므로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거울 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만으로도 환자와의 대화가 원활해지며 진찰이 순조롭고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은 스마일 하는 표정관리가 의사 자신에게도 좋은 효과를 끼친다는 점이다. 화난 듯한 굳은 표정으로 진료하는 것보다도 미소 짓는 표정관리에 힘쓰면 다소나마 가벼운 기분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주변 스텝에게도 좋은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다.

표정 근육을 움직여 미소 짓는 표정관리에 의해서 본인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효과를 ‘얼굴 표정의 피드백 효과’ 또는 ‘대자 효과(對自效果)라고 부른다. 의료 현장에서 늘 환자와 대하는 의사 여러분도 반드시 시도해보기 바란다.

오늘 강의의 요약(Today's Summary)

1. 의사 얼굴의 표정 변화에 환자는 과민할 만큼 반응한다.
2. 평상시부터 표정 근육을 잘 움직이도록 힘쓰자.
3. 미소 지음으로써 의사 자신의 마음도 경쾌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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