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닫힌 마음 열어 목소리를 들었다

병원 경영에 MOT기법 도입해 직원 의식개혁부터 착수
부친의 카리스마 경영 후유증 털고 아들이 위기탈출 성공

의료법인 和樂仁 호오류 기념병원(이시카와縣 노우미市)

이 병원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4년 4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의료법인 와라쿠진(和樂仁)의 이사장 자리에 취임한 의사 나카이 마쓰오(仲井培雄)는 앞길이 막막했다.

법인의 핵심인 호오쥬(芳珠)기념병원(이시카와현 노우미市, 320병상)은 나카이의 부친이 1983년 종합병원이 없던 이곳에 개설했다. 아들 나카이는 1999년부터 이 병원 외과부장을 맡아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장 원내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점에 의문을 품게 됐다. 직원들은 지시받은 업무를 마지못해 할 뿐 절대로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침체된 분위기가 병원을 짓눌렀다.

원인은 부친에게 있었다. 지금의 병원을 구축한 카리스마 기질은 원내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직원들에게 그의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습성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욱이 나카이가 경영을 계승하기 직전에는 고령으로 병원 기능을 강화할 기력조차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업적도 신통치 못했다. 과거에 연간 41억엔이었던 병원의 수입은나카이가 이사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2004년 3월 결산기 때 39억 2700만 엔으로 감축됐고 한때는 2억엔을 초과했던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무슨 수단이라도 강구해야지’. 머릿속으로는 빤히 알지만 경영자로서 경험이 부족한 나카이는 구체적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친과는 달리 강력한 지도력과 카리스마로 직원을 이끌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덧없이 아까운 시간만 흘렀다.

시민강좌 듣고 MOT 실천 결심
변화의 전기는 2004년 7월 그가 시민강좌에서 호쿠리쿠(北陸)첨단과학기술대학원 대학 교수(당시, 현재는 四劃面사고연구소 소장)였던 곤도 슈지(近藤修司)의 강연을 들었을 때였다.

곤도는 MOT(Management of Technology : 기술경영. 기술을 이해하는 자가 재무와 마케팅 등 기업 경영 업무 전반을 공부해서 기술 혁신에 비즈니스 경영기법을 접목시키자는 학문)라는 경영수법을 해설했다.

MOT란 기업이나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상품 기획이나 서비스 부문에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경영기법을 뜻한다.

‘의료도 기술이라고 파악한다면 경영 개혁에 활용할 수 있다’. 문득 이렇게 생각한 나카이는 강연이 끝난 뒤 곤도 교수 앞으로 다가가 ‘병원 경영에 MOT를 도입하고 싶은데 우리 병원에서도 강연을 해달라’고 의뢰, 경영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텄다.

곤도 교수가 역설한 MOT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수많은 방법에 도전해서 개혁의 성공타율을 향상시키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자발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런 인연으로 3개월 뒤인 2004년 10월 나카이 이사장은 각 부서 부주임급 이상의 관리직 80명을 집합시켜 제1회 미래창조연수회를 개최했다. 직원들에게 의료 현장에서 개선되기 바라는 점을 마음대로 제안토록 촉구했다. 그러자 재활치료기기 구매문제부터 화장실 출입 장애물 제거(배리어프리화) 등 의료기기와 환자 생활의 아메니티(amenity: 쾌적도) 향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창조연수회에서는 병동 구성 재검토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호오쥬기념병원은 일반병상 264(그중 아급성기 20병상), 의료요양병상 24, 개호요양병상 36등 합계 324병상이었다. 그러나 일반 병동에는 고령자가 많고 급성기나 아급성기(亞急性期)의료가 필요한 환자 수는 적었다.

따라서 병원 실정에 맞춰 2005년 중에 일반병동을 264병상에서 200병상으로 축소하는 한편 의료요양과 개호요양을 각각 60병상씩 확대했다. 그리고 의료 필요도가 낮은 고령자들을 요양병동 쪽으로 옮기도록 했다. 또한 부지 내 병동을 증축해 각 병동의 1개 병상 당 평균면적을 넓혀서 요양환경을 충실화하고 쾌적하게 개선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개혁의지가 말 뿐 아니라 진심이라는 각오를 제대로 보이자’ 이렇게 결심한 나카이는 금융기관과 어려운 교섭 끝에 수십억엔의 거금을 융자받아 2005년에는 그간 직원들이 제안했던 건의를 모조리 실천에 옮겼다. 바로 이것이 전체 직원의 사기를 크게 북돋았다.

나카이는 MOT에 정통한 인재육성에도 노력했다. 2004년 9월에 호쿠리쿠 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에서 이시가와 MOT스쿨이 개교한 것을 계기로 병원의 기획실장을 제1기생으로 등록시켰다. 다음 해 제2기에는 나카이 이사장 자신이 청강하는 학생이 됐다.

그러나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누적돼 실적은 악화됐다. 2006년 3월기 의업수입이 전기수준과 비슷한 38억 5700만엔이었지만 경상수지는 2억 8400만엔으로 큰 폭의 적자로 바뀌었다. 이제 병원사정은 나카이가 추진하는 ‘MOT개혁’의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

3가지 프로젝트로 진료기능 강화
지역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2006년 2월의 제2회 참조연수회에서는 병원 기능을 높이는 대책이 논의 됐다.

그 결과 ①DPC(진단군 분류에 의거한 진료수가 지불방식) 대상병원으로 옮겨갈 준비태세 ②병상 운영 ③지역연대강화라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DPC 이행을 위해 레셉트(보험의료의 진료수가 또는 조제수가 청구시에 첨부하는 청구명세서) 데이터 정리 등에 착수했다. 한편 병상 운영은 일반병동에서 요양병동으로 옮겨가는 환자의 이동 조정을 담당하는 전임간호사를 선임하고 비어있는 병상수를 적극 감소시켰다.

또한 지역연대 문제는 인근 도시의 기간(基幹)병원 외에도 여러 의원들을 찾아가 직접 호오쥬(芳珠)기념병원을 PR하는 방문 활동을 하고 환자를 적극 소개해주도록 의뢰했다.

이런 노력의 영향으로 2007년 3월기 결산 때는 의업수입이 전년도 대비 6.5% 증가했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여전히 1억 5100만엔 적자로 어려운 상태가 계속 됐다.

다행히 이시기에 직원들의 MOT사고방식이 널리 침투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카이는 2007년부터 MOT의 핵심이 되는 ‘사획면사고(四劃面思考)’의 도입을 결심했다. ‘사획면사고’란 목표설정, 관리기법 사고의 일종으로 ‘장차 이루고 싶은 모습’의 장기목표를 설정한 다음 이에 준하는 단기목표를 ‘되고 싶은 모습’으로 정한다. 나아가서 ‘이루고 싶은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의 실현을 위해 ‘현재의 모습’을 분석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서의 전술을 짜낸다는 방식이다

사획면사고를 활용해서 2007년 3월 제3회 창조연수회에서 의논한 결과 ‘이루고 싶은 모습’으로는 ‘국내 으뜸가는 직원과 지역사랑을 받는 호오쥬(芳珠)병원’ 정립이 결정됐고 ‘되고 싶은 모습’으로는 지역연대 활동을 통한 만족감 확산을 택하여 실현에 힘쓰기로 했다.

한편 실태파악에서는 병원의 암 대책과 생활습관병 대책이 불충분하다는 점 등이 분석됐고 실천하는 모습으로는 이런 결함 시정을 위한 매력적인 서비스 실시 등이 채택됐다.

나카이는 생활습관병 치료의 충실화를 위해 원발성(原發性)알도스테론증(Primary Aldosteronism: PA, 고혈압의 일종)환자에 대한 복강경화 부신적출술(laparoscopic adrenalectomy)을 ‘수술로 치유되는 고혈압’이라고 명명하고 본격화시키는 등 차별화 계획을 실천에 옮겨갔다.

개혁 보람 없이 경영위기 전락
그러나 이런 개혁도 뜻대로 업적 회복에 연결되지 못했다. 2007년도 상반기가 끝나도 전혀 적자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 됐는가’. 나카이가 계획을 검증해 보니 의료의 질적 향상에는 주력했지만 수입증가나 절약 강화 등 경영의 질적 향상에 대한 의식이 희박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위기감에 쫓긴 나카이는 2007년 11월의 제4회 창조연수회에서 실천하는 모습의 메인테마를 ‘수입증대와 절약’으로 급거 변경하고 각 부서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집했다.

다만 나카이에게 도움이 된 것은 MOT 개혁 노력의 효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고하는 풍토가 병원 내에 이미 뿌리내렸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선발의약품을 제네릭으로 철저히 전환하는 코스트 절감대책과 CT 등 각종 검사 개시시간을 종전보다 30분 앞당겨서 가동률 상승에 의한 수입을 올리는 아이디어 등이 잇달아 제안됐다.

이와 같은 원가관리 방안이 적중하여, 의료재료 재고량 적정화와 단가인하, 선발의약품을 제네릭으로 변경 등이 합쳐서 연간 8000만엔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낳았다. 2008년 4월부터는 DPC 대상병원으로 바뀌어 일반병동의 수입이 증가한 것도 도움이 되면서 2009년 3월기의 의업수입은 전기 대비 1.8% 증가한 43억 8300만엔을 나타냈다. 경상수지도 전기의 1억 4300만엔 적자에서 마침내 3700만엔 흑자로 전환돼 경영위기를 탈출했다.

그러나 흑자 전환 후에도 나카이는 MOT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009년 ‘실천하는 모습’을 메인 테마로 ‘차분히 3S(정리, 정돈, 청소) 즐겁게 낭비추방’을 설정하여 업무의 효율화를 한층 더 다졌다. 집중치료실(ER)의 물품장 문밖에 보관물품 리스트를 붙여 출입 시의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등 개선 노력을 거듭한 것 외에도 쓸데없는 오버타임 근무도 배제시켰다. 이런 노력이 주효돼 연간 900만엔의 인건비 삭감 효과도 나타났다.

이 병원의 2010년 3월기 의업수입은 전기 대비 1.2% 증가한 44억 3700만엔, 경상이익은 약 2배인 8800만엔의 성적을 기록했다. 나카이는 ‘MOT 개혁을 끝까지 밀어부친 것이 좋았다’고 흐뭇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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