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자의대 사카모토 교수가 말하는 신종우울병
우울병이라고 하면 억울 증상을 보이고 자책감이나 죄악감이 강해져 기력이 감퇴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나고 주로 중장년층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기분장애의 한 가지이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우울병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자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고 타의적이며 일은 하지 않고 취미에만 몰두하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타입의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신종 우울병’이라고 불리고 있다.

일본 도쿄여자의과대학 신경정신과·정신의학강좌 사카모토 카오루 교수에게 신종 우울병의 정의와 증상, 그리고 특징과 치료적 대응에 대해 물었다.

진단학적 그레이존의 환자 구분이 중요
-- ‘신종우울병’이란 무엇인가.
원래 ‘신종우울병’이라는 정신의학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신종우울병’이라는 용어는 근래 들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우울상태를 언론에서 부르는 것으로 ‘억울 증상에 2, 3개만 해당되더라도 일은 못하지만 노는 것은 잘한다’라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우울병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며 실제로는 적응장애(스트레스반응)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른바 ‘신종우울병’이라고 불리는 환자의 어디까지가 적응장애이며 어디까지가 본격적인 우울병인지 진단학적 그레이존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언뜻 보면 정신질환의 분류와 진단 지침 제4판(DSM-IV) 대우울병성장애의 진단기준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만 우울병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사전에 조사해 둔 정보를 토대로 환자 스스로가 과도하게 증상을 말하거나 증상이 해당되더라도 그것이 뚜렷하게 거의 매일 2주 이상 지속돼야 한다는 기준을 의사가 무시하고 지나친 판단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언론에서 만든 ‘신종우울병’이라는 명칭이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DSM-IV의 대우울병성장애의 진단기준에 모두 해당되지 않더라도 우울병인 사람이 있다. 중장년층에서 병전(病前)의 적응이 양호한 이른바 멜랑콜리 친화형 성격(근명성실형, 양심형, 배려형) 등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경증 내인성 우울병의 초기단계이다.

이러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일의 양을 가능한 줄이거나 우울병 치료제를 처방하는 등의 적절한 치료적 대응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 정신과 전문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진단학적 그레이존에 있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진료이며 진단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병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치료를 하지 않거나 반대로 쉽게 우울병 진단을 해서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

증상에 따라 휴직 권장보다는 생활 속 리듬 개선 지도해야
--‘신종우울병’에 대한 대처법은 무엇인가.
현대의 20~30대 청년층의 노동환경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 현격히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강한 자기애와 정신적 나약함을 함께 갖고 있는 청년층에게 그러한 노동환경은 신종우울병 발병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치료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울병이라고 말하고 “복약과 휴양을 하면 단기간에 나을 수 있다”고 쉽게 알려서는 안된다. 그러한 보증은 환자 본인에게 우울병이니까 약만 복용하고 있다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일은 쉬어도 취미에 몰두하는 등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에 대해서는 결코 환자를 과보호하지 않도록 설명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비판은 금물이지만 꼭 말해야 할 것은 말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리고 우울병 치료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전형적인 우울병에서는 휴양을 권장하지만 ‘신종우울병’에 해당되는 환자에게는 휴양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없다. 증상에 따라 다소 괴롭더라도 일이나 집안일을 유지하면서 생활 리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환자가 희박하지만 갖고 있는 회복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의 자기애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는 범위에서 타인으로부터 평가받거나 칭찬받은 경험이 부족한 그들의 왜곡된 자기애가 조금이라도 충족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도 대책의 한 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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