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 2초 만에 성격 파악하는 觀相力을 연마하자
‘적응성 무의식’으로 꿰뚫어 보면 진찰 효율 높아져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심리학박사|사토 아야코

사람의 눈빛이나 말솜씨, 태도에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자타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떤 퍼포먼스를 갖춰야 할까. 의료현장의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가 Q&A 형식으로 해설한다.

Q. 의과대학 시절의 동료로부터 ‘이해심 많고 온건한 여자 변호사다’라면서 소개받은 환자를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신경질적이어서 똑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까다로운 성격이다. 사전에 입수한 환자 정보와 진료실 첫 대면에서 ‘어쩐지 대하기 힘든 사람같군’하고 느낀 나의 첫인상과는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할까? (40대, 산부인과 근무의 F)

A.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첫 대면할 때 ‘여성이기 때문에 부드럽겠지’, ‘의상이 화려하니까 명랑하고 밝은 성격이겠지’, ‘경찰관이니까 엄격한 성품임에 틀림없겠지’, ‘동료가 소개해줬으니까 신뢰할 수 있겠지’라는 등 상대방의 성격과 심정을 그 사람의 속성으로 자칫 잘못 판단하기 쉽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부분을 ‘카테고리 의존처리(依存處理)’라고 부른다. 과거 체험으로 미루어 자기가 잘 아는 카테고리 중 하나에 낯선 사람을 껴 맞춰 ‘이런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일 것이 틀림없어’라고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카테고리 의존처리’는 자칫하면 사람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파악하기 쉽게 유도한다. 때로는 편견이 개재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판단방식은 뜻밖에 믿을 것이 못되는 경우가 많다.

F의사가 친구로부터 ‘소개 환자는 여성이고 변호사이며 이해력이 높다’라고 입력받은 사전 정보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다고 해도 실상은 그것보다도 자신의 첫인상이 더 정확하고 들어맞았다는 케이스가 제법 많다.

여기서 상대방을 잘못 판단하지 않도록 필요한 방법이 ‘카테고리 의존처리’ 다음으로 이어지는 2번째 과정인 ‘개별화’이다. 이것은 개별적으로 상대방의 특징을 확실하게 파악한 뒤에 제대로 판단한다는 작업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별화’시킬 생각으로 상대방을 관찰해도 앞서 언급한 ‘카테고리 의존처리’단계 때 잘못 입력된 영향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기 쉽다.

소개 환자와의 대화 때 애를 먹어 ‘사전에 입수했던 정보보다도 자신의 첫인상 쪽이 더 정확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느꼈다는 질문을 해 온 F의사에 대해서는 이런 사유 때문에 ‘F선생의 첫인상이 옳았다’는 답변을 우선 전달했다.

사람 성격 2초 내에 순간 포착 가능
낯선 상대방을 정확하게 파악하자면 카테고리 의존처리보다는 오히려 첫 대면하는 순간의 얼굴 표정을 읽어내는 것을 중시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순식간의 판단력(순간포착)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 등 연구진에 의해 ‘적응성 무의식’이라는 테마로 연구되어 왔다.

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 중에 무엇인가 위험한 일(갑자기 동물이 도로 앞을 횡단하는 등)이 발생한다면 운전자는 거의 모두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발력을 발휘할 것이다. 결코 브레이크를 액셀러레이터와 헷갈리지 않고 정확하게 밟는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취하는 순간적인 판단과 동작은 ‘적응성 무의식’이 작동해서 이루어진다(본 시리즈 7회의 ‘말꼬리 긴 환자 대처법’때 Today's Summary ①에서 2초 내에 상대방을 순간 판단하는 ‘적응성 무의식력’을 연마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참조하기 바란다).

필자는 최근에 새로운 저서 ‘순간 표정으로 사람을 간파하는 방법’(PHP연구소 출간)을 알아내기 위해 대학생 7명의 자기소개 비디오를 사회인과 대학생 등 모두 100명에게 보여주고 이들 7명의 성격을 판단토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런 결과 상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얼굴에서 받는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며 더욱이 그것은 얼굴을 보는 쪽이 진심으로 정신력을 집중하면 불과 2초 사이에 순간포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최초 2초간의 첫인상은 나중에 5초 동안 관찰을 하거나 10초 동안 관찰을 해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첫인상의 호소력이 강렬하다는 뜻이다.

觀相力을 연마하자
어느 재벌그룹의 회장이 신입사원의 관상에 치중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듯이 의사도 평상시에 많은 첫 대면 환자들과 만나서 짧은 시간 내에 환자와 친밀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생명과 관련된 중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적응성 무의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성이기 때문에 온화하다거나 변호사이기 때문에 이해력이 높다는 ‘카테고리 의존처리’는 일단 옆으로 미루어 놓고 보류하자. 그리고 가령 사전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도 맨 먼저 환자의 얼굴부터 보고 환자의 사람 됨됨이부터 판단하도록 힘써야 한다.

의료현장의 독자인 의사선생님들에게는 우선 이와 같은 ‘관상력’부터 연마하기를 권한다. 진료실에 앉아서 간호사가 “○○환자님 들어오세요”라고 다음 차례의 환자를 호명하자 환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의사는 그 환자의 진료차트를 모니터 영상으로 지켜볼 때가 많고 시선은 딴 곳에 가기 쉽다(전자진료차트의 경우, 정면 모니터를 응시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의사는 눈 깜빡하는 사이에 불과 2초사이라도 들어서는 환자의 얼굴을 제대로 지켜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그래서 ‘적응성 무의식’의 관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를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환자와 처음 대면하는 순간 집중력을 풀가동시켜 상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진찰의 효율성은 부쩍 향상될 것이다. 예컨대 “당신은 ○○이기 때문에 △△하세요”라고 강한 어조로 설득하는 쪽이 잘 먹히는 타입인지 아니면 잘 씹어서 입으로 먹여주듯 친절히 설명해주는 쪽이 들어  맞는 타입인가를 한순간의 환자 표정에서 간파할 줄 알아야 한다. 불과 2초 동안 집중함으로써 그 뒤의 10분 동안의 진료시간이 효율적으로 바뀐다면 매우 소중하고 뜻 깊은 2초가 될 것이다.

‘만나는 순간 환자의 표정으로 심정을 읽어낸다’는 것은 최초의 과정에서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순간포착이 가능해지도록 연마될 것이다.

실상 말투와 태도 속의 숨은 메시지를 찾아내고 퍼포먼스를 가다듬도록 가르치는 전문가로 알려진 필자도 자주 TV프로 등에 출연 의뢰를 받고 불려나가서 정치가와 경영자의 발언에 대해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는 실력발휘를 하기도 하는데 실상은 이것이 전혀 어렵지가 않다.

끝으로 의사는 먼저 자기가 진료하는 환자의 얼굴부터 의식적으로 똑바로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그 환자의 성격과 그 날의 심정을 순식간에 간파하고 이 같은 순간포착의 정보를 바탕으로 설명방식과 말솜씨 등을 환자 맞춤 진료형으로 바꿔보도록 힘쓰자.


[오늘의 강의 요약]
1. 첫 대면 환자를 그 사람이 소속된 카테고리에 의해 판단하는 것은 오해의 씨가 된다.
2. 집중하면 환자의 성격과 감정을 순간 포착할 수 있다.
3. 진료시작 전에 환자 얼굴을 똑바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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