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싸우는 진료 압력, 도전*관여*지배정신으로 극복
기록 갱신 운동선수처럼 신들린 진료, 가족 돌보듯이 대한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심리학 박사|사토 아야코

사람의 눈빛이나 말솜씨, 태도에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자타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면 어떤 퍼포먼스를 갖춰야 할까. 의료현장의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가 Q&A 형식으로 해설한다.

Q. 진료실에서 의사는 환자에 대한 아이콘택트(시선접촉) 또는 스마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되고 스트레스가 갈수록 쌓인다. 의사는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될까? (50대, 의학부 교수T)

A. 근무처인 의과대학에서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T교수. 학생에게는 ‘환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스마일을 섞어가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자기가 진료실에서 근무할 때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이 말대로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는 고민을 털어 놓는다.

진료실은 시간과의 전쟁
앞선 강의 때 강조했던 진료실 대화에서 이상적인 아이콘택트(Eye-contact)나 스마일에 관해서 내가 직접 실험해서 규명한 바에 의하면 첫 대면에서 두 사람이 대화할 경우 스마일은 1분간에 34초 이상, 아이콘택트는 32초 이상을 계속한다면 상대방과 좋은 관계가 성립되며 즐거운 대화가 진행된다는 통계적인 데이터가 밝혀졌다.

이런 아이콘택트와 스마일에 더해서 대화에 투입되는 시간에 길이가 길수록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웬디 레빈슨 교수는 100명 이상의 의사와 인터뷰한 연구 끝에 ‘환자와 충분한 시간 동안 대화하는 의사는 환자로부터 의료미스 등 때문에 소송을 당하는 케이스가 드물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레빈슨 교수에 따르면 진료시간을 평균 18.3분 이상 소비하는 의사는 한 번도 제소(提訴)당한 일이 없으며 반대로 2회 이상 제소당한 의사는 진료시간이 평균 15분 이하로 짧았다는 것.

T교수는 이런 사실을 듣고는 ‘일본의 경우 기껏해야 10분간이 최대한도’라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실제 진료실에서 의사의 업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료 차트에 입력하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약 처방을 생각하고 환자에게 질환 내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는 격려와 주의사항 통보 등 머릿속이 주마등처럼 회전한다.

내가 앞서 소개한 실험 때처럼 의사는 환자와 대화 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고 진료실에서 우선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느긋한 절차와는 전제조건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대화 장면에 의해 산출된 이상적인 스마일과 아이콘택트 시간 길이가 지켜질 수 없다는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정된 짧은 시간 내에 환자와의 양호한 관계 유지를 위해 표정관리를 하면서 생명에 관련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되기 때문에 의사 머릿속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의사가 진료실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최대 원인은 바로 이와 같은 ‘시간과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스트레스 해소는 3C 대항력으로
여기서 스트레스에 관한 중요한 연구를 소개하겠다. 미국 심리학자인 수잔느 코바사 박사의 연구이다. 코바사에 의하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힘,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 내성(hardiness)’는 ①도전(Challenge) ②관여(Commitment) ③지배(Control) 등 3가지 C로 성립된다고 한다.

3C 가운데 ①첫 번째인 ‘도전’은 지금 자기가 당하는 상황을 자기 능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부딪혀 나간다면 뜻밖의 잠재능력이 발휘되며 그것이 쾌감으로 작용하면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②두 번째 C인 ‘관여’는 어떤 일이라도 자기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며 대하면 피곤하지만 자기 자신이 크게 관계가 있다고 믿으면 피곤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원리이다. 만약 이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어찌할까, 환자가 고통 받는 증상을 해결하는 수단이 진짜로 없을까 등등 환자의 문제가 자기 자신의 행복과도 직결된다고 생각을 하면 문득 새 힘이 솟구친다.

③마지막 C인 ‘지배’는 예컨대 스트레스 원인이 시간부족이라면 자기는 시간에 쫓기는 신세라고 비관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가 시간을 지배한다고 적극적으로 사고한다는 뜻이다. 주어진 10분간의 진료시간을 어떻게 쪼개서 쓸 것인가를 자기가 컨트롤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당면과제에 도전하는 정신, 환자 인생의 행복이 바로 자기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믿는 관여 정신,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자기 시간의 사용 방식은 스스로 지배한다는 지배(주체)정신을 항상 염두에 두면 스트레스는 경감되고 자발적으로 환자에 대한 스마일과 아이콘택트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그리고 마치 스포츠선수가 신기록을 수립할 때 치르는 신들린 기분처럼 신나는 기분으로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대함으로써 양호한 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의료소송사건이 적게 발생한다는 점은 굳이 레빈슨 교수의 연구 데이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의사는 역시 이 점을 늘 마음 한 구석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진료실에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도, 특히 진료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는 환자와의 아이콘택트를 유지하고 미소를 띠우면서 대화를 하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이런 자세가 확립되면 진료의 중반 단계 이후의 전문적인 설명 국면에서는 스마일과 아이콘택트 자세가 다소 감소돼도 문제없을 것으로 믿어진다.

[오늘의 강의 요약]
1. 의사도 스트레스 대책이 필요하다.
2. 3가지 C(Challenge, Commitment, Control)에 힘씀으로써 스트레스를 경감할 수 있다.
3. 진료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는 특히 스마일과 아이콘택트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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