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 판매의 중요성
OTC로 치유했을 때 감사 인사 받는 전통약국 점점 사라져

      사노 도모야수(左野友保)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셀프메디케이션이란 자기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거나 또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 즉 스스로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가벼운 자기 몸의 증상은 스스로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일본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셀프메디케이션에서 추정한 일본의 인구 통계 미래상은 2020년 이후에 고령자 인구 비율이 30%, 그 후에 2050년도에는 40%에 달하고 이에 수반되는 의료비 예측이 2025년도에 무려 69조엔에 달할 것 이라는 초고령화사회이다.

또한 현재의 국가 예산에서 부채가 1000조엔 이상에 달해 적자 국체를 어느 수준까지 발행해야 될지 모른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셀프메디케이션의 추진은 일본약제사회의 ‘약제사 강령’을 실천하는 과제라고 굳게 믿어진다.

우리 세대가 약대에 입학해서 약사 되기를 겨냥했던 시절에는 과연 일본에서도 오랜 숙원인 ‘의약분업’이 실현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 못했고 대학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꺼리가 되지 못했다. 당시 많은 졸업생이 약국에 취직했는데 그 목적은 대부분 약국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병원약사나 대학에 남아 후진 양성을 맡은 지도자, 보건행정가, 또는 메이커의 MR(의약정보담당자) 직원이 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약국이 보험조제로 경영된다는 꿈은 정부와 일본약제사회 조차도 의약분업을 이상으로 내걸면서도 실제로 다가서지 못했고, 1961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일본에 도입 됐을 때도 그 꿈은 요지부동으로 멀리 있었다.

이런 배경 아래 본인은 1970년도에 졸업과 함께 약사가 되어서 전통가업인 약방을 계승했다. 우리 집 약국은 할아버지가 1905년에 창업했고 가나가와현(神奈川縣) 서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는 요코하마, 가마쿠라, 하코네, 오다와라 등 그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도시와 항구가 즐비하지만 내 고양은 일본의 100대 명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니자와야마 기슭에 있는 시골이며, 그 당시의 인구는 5만7000명 미만이었다. 예부터 담배 재배가 성행했던 고장이기 때문에 농가들이 많았고 당시는 병에 걸리면 의사보다도 약국에 달려가서 매약하는 일이 흔했다.

이미 그 무렵부터 ‘단골약국’으로 신뢰받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었고 조부님과 아버님은 ‘질병에 휴일은 없다’는 신념아래 연중무휴로 약국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환자 한 사람을 둘러싸고 이웃 의원의 의사와 경쟁한다는 것을 뜻했고, 대중약(OTC약) 권장 판매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과는 달랐다.

고객이 내방하는 것은 몸에 불편을 느껴 환자가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문진(問診)을 통해 불편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환자에게 설명하고 적절한 약을 선택해 주었다. 그리고 약이 어떤 작용을 거쳐서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환자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 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약사의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약의 효능을 높이는 섭생(보양)에 관해서도 잘 조언을 해준다. 그것은 식이요법에서 시작돼 운동 수면 배변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원인 개선을 촉진한다.

당시(1960년대) 도시에서는 의약품이 한낱 상품으로 간주돼 난매행위가 자행됐었다. 반드시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시절에 피린계약제, 퀴노포름에 의한 약화사고가 발생했고, 무자격 판매자의 손으로 잡화처럼 의약품이 투매되기도 했어다. 그래서 당시의 후생성이 커다란 사회문제의 하나로 OTC약의 안전성에 주목하고 약국 점두에서 부작용 리스크가 높은 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부터 OTC약의 판매 방법이 한층 더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그것은 약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동시에 자행되는 역매 소동이었다. 매일 신문 삽입 전단지에는 의약품 디스카운터 광고가 실려 있었다. 이름 있는 메이커의 의약품이 곧바로 역매의 핵심 제품으로 취급됐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시골 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그런 바람에 휩쓸리지 않았고 약은 안이하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증상을 제대로 파악한 뒤에 인도한다는 신념으로 노력해 신뢰를 얻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셀프메디케이션의 추진 주체는 약사이며, 보험약은 처방전 조제 범위 속에서 적절한 정보 제공을 하도록 담보되어 있다. 그러나 OTC약과 서플리먼트(건강식품)를 병용하는 환자도 많은 것 같다.

약학대학 6년제 교육이 시작돼 실무실습이 시작됐지만 그 주요 목적은 조제실습에 치우치면서 OTC약이 쓰이는 셀프메디케이션 교육 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졌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 정도의 교육으로는 OTC약의 취급자를 양성하는데 부족하다는 점이다.

약대 실습생들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병원약사, 조제약국 약사에 편중되어 있고, 일반약국에서 직접 환자를 대하고 환자를 도와 OTC약으로 환자 질환이 치유됐다는 기쁨을 느끼며, 환자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는 전통적인 약국 스타일의 약국약사가 점점 사라진다는 점이 매우 서운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젊은 약사는 처방약에만 눈길이 쏠리고 OTC약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될지 모른다. 일반의약품의 리스크 분류(3분류 방법)에 의해 앞으로 제1류 의약품 이외는 잇달아 약사의 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대대적인 셀프메이케이션의 추진은 약사 직능의 위기를 알리는 경종을 뜻한다.
셀프메디케이션 사업은 약사 직능을 높여주는 동시에 사람의 생명 건강에 관한 여러 가지 현안을 깊이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약사가 의약품을 올바르게 복용하도록 국민을 지도하는 직능을 강화하는데 있다. 장수사회, 초고령화사회에 즐겁게 산다는 ‘건강하게 장수하자’는 이념을 직업으로 삼는 약사로서의 자부심을 오래오래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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